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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칭(He)에서 2인칭(Lord)으로 시편 Psalms 23:1-6

3인칭(He)에서 2인칭(Lord)으로

시편 Psalms
23:1-6

시편 23편은 성경 전체에서 가장 사랑받는 본문 가운데 하나입니다. 실제로 Bible Gateway의 2025년 성경 조회 통계에 따르면, 시편 23편은 가장 많이 읽힌 성경 구절 1위부터 6위까지를 모두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읽힌 말씀은 푸른 풀밭도, 쉴 만한 물가도 아니었습니다. 뜻밖에도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말하는 4절이었습니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당신)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당신)의 지팡이와 (주의)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왜 사람들은 평안한 푸른 풀밭보다 죽음의 골짜기의 말씀을 더 자주 찾았을까요?

시편 23편을 천천히 읽으면 작은 변화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1–3절에서 시인은 하나님을 계속 ‘그분’(3인칭)이라고 부릅니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2절), “그가 나를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며”(2절), “그가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3절)

그런데 4절에 이르면 말투가 달라집니다. 이제 시인은 하나님에 대해서 말하지 않습는다. 하나님께 직접 말합니다. “주(당신)께서 나와 함께하심이라.” “주(당신)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히브리어 본문은 여기서 2인칭 호칭을 사용합니다. 곧 “당신(attah), 바로 주님”이십니다. 시인은 푸른 풀밭에서는 하나님을 설명했지만, 골짜기에서는 하나님을 부릅니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는 죽음의 짙은 그늘이 드리운 삶의 가장 두려운 골짜기를 가리킵니다. 상실과 병, 실패와 고독의 시간입니다. 때론 불안과 침묵의 시간이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한 인간이 경험하는 실존의 심연의 자리입니다.

시편은 이 골짜기를 지워 버리지 않습는다. 다만 그 한가운데서 선언합니다.

“주(당신)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두려움이 사라진 이유는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고난 속에서도 우리가 홀로 버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 주십니다. 그래서 골짜기에서 설명은 기도가 된 것입니다. 나는 골짜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혼자는 아닙니다.

예수님은 죽음의 골짜기 밖에서 우리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분이 아닙니다. 친히 그 골짜기 안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인간의 고통과 버림받음, 눈물과 죽음을 몸소 짊어지셨습니다.

십자가에서 예수님은 절규하셨습니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막 15:34; 시22:1). 가장 깊은 어둠에서도 하나님을 향한 호칭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어찌하여?”라는 절규에 앞서 “나의 하나님”이라는 부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부활하심으로 죽음의 골짜기가 마지막 길이 아님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에게 믿음은 모든 고난을 온전히 이해하는 능력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해할 수 없는 순간에도 ‘그분’을 ‘주님’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푸른 풀밭에서는 “하나님은 신실하시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러나 죽음의 골짜기에서는 하나님께 직접 말을 겁니다. “하나님, 나를 떠나지 마십시오.”

어쩌면 신앙의 성숙은 하나님을 더 잘 설명하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순간에도 하나님께 말을 걸 수 있게 되는 데 있습니다.

죽음의 골짜기는 여전히 어둡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하나님은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닙니다. 골짜기에서 ‘그분’은 가까이 계신 ‘주님(당신)’이 되십니다. 바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기도

선한 목자이신 하나님,
하나님에 대하여 많이 말하는 사람에 머물지 않게 하시고,
하나님께 직접 부르짖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십자가의 죽음 앞에서도 “나의 하나님”을 부르신 예수님,
우리 또한 고난의 자리에서 “당신이 나와 함께 계십니다”라는 믿음을 붙들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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