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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함의 기준

16세기 종교개혁기, 취리히의 개혁자 즈윙글리는 파이프오르간을 “하나님의 말씀을 방해하는 세속적 소음”으로 규정하고 성당의 오르간을 도끼로 부수어 버렸다. 존 칼빈 역시 오르간 소리를 “하나님의 음성을 가로막는 중얼거림”이라며 예배당 안 악기 연주를 엄격히 금지다. 당시 성도들에게 오르간은 거룩한 성전을 더럽히는 마귀의 우상이었다.

18~19세기, 미국과 유럽 교회에 피아노가 도입되었을 때는 더욱 참혹한 혈전이 벌어졌다. 당시 피아노는 술집과 유흥가에서 사람들의 흥을 돋우던 대표적 세속 악기였기에, 성도들은 피아노를 ‘마귀의 피리’라 부르며 격분했다. 보수적인 교인들이 밤중에 몰래 교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피아노 줄을 칼로 자르고 도끼로 부수는 소동이 잇따랐고, 교회가 둘로 갈라져 서로를 ‘배교자’와 ‘율법주의자’라며 법정에 고소하는 비극이 수없이 되풀이되었다. 그러나 200년 전 성도들이 도끼로 부수며 ‘마귀의 악기’라 비난했던 파이프오르간과 피아노는, 오늘날 현대 교회에서 ‘가장 거룩하고 숭고한 전통 악기’의 대명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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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목숨 걸고 싸웠던 그 거룩함의 기준이 실상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 예배의 수단, 즉 비본질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내게 익숙한 형식을 거룩함의 절대적 잣대로 삼아 나와 다른 형제를 정죄할 때, 교회는 하나님을 섬긴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형제에게 칼을 꽂는 어리석은 우를 범하게 됩니다. 결국 우리가 목숨 걸고 지켜야 할 것은 내가 좋아하는 형식이나 전통의 틀이 아니라,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과 형제를 향한 사랑이라는 신앙의 본질입니다.

사도 바울이 골로새 교회 성도들을 향해 던진 경고 역시 이와 맥을 같이합니다. 당시 골로새 교회 안에는 유대주의적 전통과 금욕주의, 각종 철학과 규례들이 진정한 신앙의 조건인 것처럼 깊숙이 침투해 있었습니다. 이것을 먹어야 하고, 저 날을 지켜야 하며, 특정한 절기를 지켜야 진짜 거룩하다며 사람들을 옥죄는 목소리들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이것들을 향해 “이것들은 장래 일의 그림자이나 몸은 그리스도의 것이니라”고 명확하게 선언합니다. 시대에 따라 변하는 형식과 제도는 본질을 가리키는 그림자에 불과하며, 오직 실체는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런데 인간은 본능적으로 실체인 그리스도보다 눈에 보이는 그림자를 통제하기가 더 쉽기 때문에 형식에 집착하게 됩니다. 내 방식이 옳다는 확신이 자기 의와 결합할 때, 그것은 타인을 정죄하는 무서운 율법의 칼날로 변하는 것입니다.

역사 속에서 즈윙글리와 성도들이 가졌던 열정은 결코 하나님을 향한 불경함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도 하나님을 뜨겁게 사랑했고 거룩함을 지키고 싶었지만, 문제는 익숙함을 거룩함으로 착각했다는 데 있습니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안에도 이러한 ‘거룩한 도끼’가 숨겨져 있지는 않습니까? 예배는 모름지기 전통적인 방식으로 드려야 진짜라는 생각이나, 반대로 오랜 세월 교회를 지켜온 신앙의 유산을 가볍게 여기는 태도 모두 본질을 놓치게 만듭니다.

“그러므로 먹고 마시는 것과 절기나 초하루나 안식일을 이유로 누구든지 너희를 비판하지 못하게 하라 이것들은 장래 일의 그림자이나 몸은 그리스도의 것이니라”골로새서2: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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