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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과 사명의 차이 (정학진 목사/시인

)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는
15세 소녀이 투병을 지켜보다가 울었다
문득 건강한 것은 축복이 아니라
거룩한 부담이다
사명임을 깨닫는다

곰팡이 냄새나는 지하 교회
서너명 교인이 전부인 셋방 교회에서
월세 내는 날을 두려워하는
미자립교회가 존재하는 한
더 이상 예쁜 건물은 축복이 아니다
부담이다, 사명이다.

뼈까지 달라붙는
쇠꼬챙이같이 마른 몸을 하고
목마른 눈초리로 쳐다보는
아프리카 검은 대륙의
저 어린 것들이 있는 한
하루 세 끼 따박따박 먹는 것은
더 이상 복이 아니다
부끄러움이다

잘 먹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기도할 일이 아니다
잘 먹게 되어 죄송하다고…
우리만 잘 먹는 게 못내 죄송하다고
기도해야 한다

평생 한 번도
설교요청을 받아보지 못하고
부흥회 한 번 해보지 못한 동역자가 있는 한
더 이상 부흥회를 인도한다는 것은 자랑이 아니다
두려움이다.

빚을 지고 살아왔다.
이 빚을 갚기 위해
뼈를 깎아 보석을 만들고
훈련과 성실로 내 영혼을
맑게 헹궈야 한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가슴 아파 울고 있는 교우가 있는 한
더 이상 내자식이 건강하게 자라는 게
복이 아니다

남들보다 앞서고 칭찬거리가 많은 게
자랑이 아니다
입 다물고 겸손히
그 분의 은혜를 기억해야 할 일이다.

저자: 정학진 목사/시인
출처: 시집 <나무는 꼿꼿이 선 채 임종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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