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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만나 Early Morning QT

감사하며 살리라(시 88:1-18)

시88:18 “주께서 나의 사랑하는 자와 친구를 내게서 멀리 떠나게 하시며 나의 아는 자를 흑암에 두셨나이다”

시편 88편은 시편 전체를 통틀어 ‘가장 어둡고 슬픈 시’로 꼽힙니다. 모든 탄식시들이 절망으로 시작해도 마지막에는 “그래도 주님을 찬양합니다”라는 확신이나 감사로 끝나는 것이 통례입니다.

그러나 시편 88편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줄의 위로나 반전 없이 철저한 어둠으로 끝나고 있습니다. 이 참담해 보이는 시가 어째서 정경(Canon)에 포함되어 있을까?

어떤 교훈을 주고자 함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 교훈은 무엇일까? “여호와 내 구원의 하나님이여 내가 주야로 주 앞에서 부르짖었사오니”(1절). 절망의 구덩이 속에서도 “내 구원의 하나님”을 부릅니다.

어둠이 너무 짙어 하나님의 사랑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사방이 막힌 것 같을 때에도, 하나님을 향해 끈질기게 손을 뻗는 것은 하나님에 대한 강력한 믿음의 고백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곤란으로 인하여 내 눈이 쇠하였나이다. 여호와여 내가 매일 주를 부르며 주를 향하여 나의 두 손을 폈나이다.. 여호와여 어찌하여 나의 영혼을 버리시며 어찌하여 주의 얼굴을 내게서 숨기시나이까”(9,14절).

납득되지 않는 상황에서 하나님 앞에서 체면 차리지 않고 썩어 들어가는 상처를 그대로 쏟아냅니다. “주는 내게서 사랑하는 자와 친구를 멀리 떠나게 하시며 내가 아는 자를 흑암에 두셨나이다.“(18절).

시편 88편은 “내 아는 자는 오직 흑암뿐입니다”라는 비참한 고백으로 툭 끊기듯 끝이 납니다. 왜 이 암울하기만 한 고백을 시편 전체에 슬쩍 끼어서 남겨둔 이유가 과연 뭘까?

냉혹한 현실을 살아가는 성도의 삶에 때로 ‘설명되지 않는 긴 어둠의 터널’이 실재로 존재함을 인정하시기 때문은 아닐까? 하나님도 쉽게 답하실 수 없는 상황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아닐까?

이는 정말 답이 없어 보이는 고난을 지나며 울면서, ‘겉포장 뿐인 위로’를 거부하고 있는 우리에게 “빨리 털고 일어나라”고 다그치지 않으시고, 그 어둠의 자리에서 조용히 기다려 주시는 모습은 아닐까?

목회자이면서 신학대학에서 상담학 교수인 분이 인생의 깊은 우울증과 고난의 심연을 지나며 겪은 사연입니다. 목회의 실패와 인간관계의 배신이 한꺼번에 겹쳐 극심한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겪게 되었습니다.

밤이 되면 숨이 쉬어지지 않아 응급실로 실려 가기 일쑤였고, 낮에는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방 밖으로 한 걸음도 나오지 못했습니다. 목회자였기에 “기도하면 낫는다”는 주변의 말이 정죄처럼 다가왔습니다.

하나님이 자신을 완전히 버리신 것 같은 영적 어둠을 경험했습니다. 어느 날 새벽, 자살 충동과 싸우며 피눈물을 흘리던 목사님은 펼쳐진 성경에서 시편 88편을 읽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나처럼 이렇게 비참하게 소망 없이 부르짖는 시가 성경에 다 있네” 하며 읽어 내려갔는데, 마지막 18절 “내가 아는 자는 흑암뿐이니이다”를 읽는 순간 마치 어둠 속에서 빛이 임하는 것 같았습니다.

방 안을 가득 채우는 강렬한 주님의 임재를 경험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목사님의 마음속에 속삭이듯 말씀하셨습니다. “너의 그 흑암을 내가 잘 안다. 왜냐하면 내 아들 예수가 십자가에 달렸을 때 그와 같았다.”

“온 땅이 흑암에 덮였었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도록 기도할 때 제자들마저 다 잠들어 철저한 흑암의 외로움을 겪었기 때문이란다. 시편 88편은 바로 내 아들 예수가 겪었던 흑암의 노래와 같다”

그 순간 목사님은 깨달았습니다. 자신이 가장 깊은 어둠 속에 혼자 버려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흑암의 바닥에는 그보다 먼저 오셔서 그의 눈물을 닦아주고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가 계셨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시편 88편은 해답을 주지 않지만, “너 혼자 아픈 것이 아니다”라는 강력한 동행의 위로를 던져주었습니다. 이 88편의 깊은 절망을 통과하면서 목사님은 마침내 우울증의 늪에서 서서히 걸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자신처럼 아무런 소망 없이 영혼의 밤을 지나는 수많은 마음 아픈 이들을 치유하는 강력한 위로의 사역자로 쓰임 받고 있습니다. ‘동행의 위로’입니다.

시편 88편은 우리에게 위로의 겉포장지를 뜯어내고, 고난 가운데서 하나님을 향해 두 손을 펴는 진솔함을 가르쳐 줍니다. 지금 눈앞에 아무런 응답이 보이지 않고 오직 흑암뿐일지라도, 하나님이 함께 하십니다.

그 어둠 속에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우리를 위해 통곡하셨던

주님이 함께 울고 계십니다.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실로암 내게 주심을..

우리의 닫힌 눈을 열어 주소서

동행하시며 위로하시는

주를 보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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