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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배신 (시편 55:1–23)

적보다 아픈 친구의 배신

시편 55:1–23

사람은 적에게 공격받으면 방어합니다. 그러나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면 마음이 무너집니다. 적은 처음부터 거리를 두지만 친구에게는 마음의 문을 열기 때문입니다.

시편 55편의 시인은 바로 그 무너진 자리에 서 있습니다. 그는 두렵고 떨립니다(4-5절). 차라리 비둘기처럼 날개가 생겨 멀리 도망가고 싶다고 말합니다(6절). 그런데 그를 가장 아프게 한 사람은 원수가 아니었습니다.

“나를 책망하는 자가 원수가 아니라… 그는 곧 너로다. 나의 동료, 나의 친구요 나의 가까운 친우로다.”(12–13절)

시인은 먼저 이렇게 말합니다. 원수였다면 “참았으리라”, 미워하는 자였다면 “숨었으리라”(12절).

그러나 시인은 “그는 곧 너로다”라고, 계속해서 “나의 동료, 나의 친구, 나와 가까운 친우”(13절)라고 부릅니다. 더욱 아픈 것은 함께 하나님의 집을 드나들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같이 재미있게 의논하며 무리와 함께하여 하나님의 집 안에서 다녔도다.”(14절)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웃고, 함께 예배했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상처가 더 깊습니다.

사람에게 가장 깊은 상처를 주는 것은 때로 미움이 아니라 깨어진 신뢰입니다. 사랑하지 않은 사람에게서는 배신도 일어나지 않습는다. 배신의 아픔은 그만큼 깊이 신뢰했다는 흔적입니다.

시인은 솔직합니다. “…만일 내게 비둘기 같이 날개가 있다면 날아가서 편히 쉬리로다.”(6절)
그는 먼저 도망가고 싶다고 말합니다. 믿음은 아프지 않은 척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처받고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연기하는 것도 아닙니다. 마음이 너무 지치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그 자리에서 멀리 사라지고 싶어집니다.

시인은 그런 마음까지 하나님 앞에 가져간 것입니다. 그 때 탄식이 기도가 됩니다.

“저녁과 아침과 정오에 내가 근심하여 탄식하리니 여호와께서 내 소리를 들으시리로다.”(시 55:17)

저녁과 아침과 정오, 상처는 하루에도 수없이 되살아납니다. 그러나 시인은 그 때마다 하나님을 찾아갑니다.

처음에는 “날아가고 싶다”고 말하던 시인이 이제 말합니다.

“네 짐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가 너를 붙드시고 의인의 요동함을 영영히 허락지 아니하시리로다”(시 55:22)

“맡기라”는 ‘던지라’는 뜻입니다. 상처와 분노의 짐을 가슴에 품고 살지 말고 하나님께 던져 버리라는 것입니다.

“그가 너를 붙드시고.” 하나님은 상황보다 먼저 상처 입은 사람을 붙드신 것입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배신당한 시인의 탄식은 유다에게 배신당하신 예수님의 밤을 떠올리게 합니다. 예수님도 함께 먹고 걷던 제자에게 입맞춤으로 배신당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입맞춤 앞에서 예수님이 부르신 이름은 “친구여”(마 26:50)였습니다. 놀라운 것은 배신당한 예수님의 사랑이 증오로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십자가는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아니라, 상처받고도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은 사랑입니다.

마무리
시인이 그러했듯, 우리 마음에도 “어떻게 네가 그럴 수 있느냐?”고 묻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그 질문을 억지로 지울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이 남긴 상처에 우리의 남은 인생까지 내어 줄 필요도 없습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말씀하십니다. “그 짐을 내게 던져라.”

신앙은 상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처의 최종 소유권을 하나님께 넘기는 것입니다. 심판의 자리는 하나님께 내어 드리고, 우리는 치유의 자리에 서는 것입니다. 사람에게 깨어진 우정의 자리에, 이제 하나님의 우정이 찾아오시는 것입니다.

기도

사랑의 하나님,
가까운 사람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마음을 닫고 살지 않게 하소서.
날개를 달고 멀리 숨고 싶은 날에도, 주님께 탄식하며 부르짖게 하소서.

입맞춤으로 배신당하시고도 “친구여” 부르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상처보다 은혜가 깊고, 배신보다 사랑이 오래감을 믿고 살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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