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굿뉴스] 최상경 기자 = 한국의 독립과 교육에 헌신한 미국인 선교사 호머 헐버트(1863~1949) 박사를 기리는 기념비와 흉상이 그의 고향인 미국 버몬트주 뉴헤이븐에 세워졌다.
사단법인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는 개천절인 지난 3일(현지시간) 버몬트주 뉴헤이븐 빌리지그린에서 ‘헐버트 기념비 및 흉상’ 제막식을 개최했다고 4일 밝혔다.
기념물이 들어선 빌리지그린은 헐버트 박사가 어린 시절 다녔던 뉴헤이븐회중교회의 옛 터다. 그의 부친은 이 교회 2대 목사로 사역했다. 한국을 위해 평생 헌신한 선교사의 삶을 고향에서 다시 기억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높이 2m, 너비 1.1m 규모의 기념비에는 영어와 한국어로 비문을 새겼다. 헐버트를 ‘한민족의 은인’이자 ‘미국의 자랑’, ‘인간 존엄의 표상’으로 소개하고 그의 주요 어록과 업적을 담았다.
기단을 포함해 높이 1.8m인 청동 흉상은 권치규 작가의 재능기부로 제작됐다. 기념비와 흉상의 석재는 헐버트의 고향인 버몬트산을 사용했으며, 비문과 흉상은 한국에서 제작해 미국으로 옮겼다.
제막식에는 김동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장을 비롯해 곽정열 주보스턴 총영사관 부총영사, 고인수 버몬트주한인회장, 루스 하디 버몬트주 상원의원, 주빌리 맥길 주 하원의원, 존 롤루 뉴헤이븐시 대표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헐버트 박사의 증손자인 킴벌 헐버트를 비롯한 후손 6명도 자리를 함께했다.
기념사업회는 정부 지원 없이 후원금 등 자체 재원으로 기념물 건립을 추진했다. 김동진 회장은 “헐버트 박사의 한국 사랑과 업적에 비해 우리는 헐버트 박사와 그를 배출한 고향, 그를 보내준 미국에 어떠한 감사의 상징물도 세우지 못했다”며 “고향에 기념비와 흉상이 건립돼 조금이나마 빚을 갚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헐버트 박사를 통해 한국과 버몬트주의 교류를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시작됐다. 루스 하디 상원의원은 김 회장과의 환담에서 헐버트 박사의 업적을 알리고 한국과의 유대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헐버트-한국의 날’ 결의안 제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디 의원과 맥길 의원은 헐버트 기념비와 흉상을 버몬트주 역사 기념물로 지정하고 도로변에 표식을 설치하자는 기념사업회 측 제안에도 호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제막식에서는 헐버트 박사와 한국의 특별한 인연을 되새기는 행사도 마련됐다. 버몬트주 한인회와 미국 각지에서 참석한 동포 40여 명은 헐버트 박사가 1896년 처음으로 채보한 아리랑을 바탕으로 ‘본조 아리랑’을 합창했다. 버몬트주 푸르뫼한국문화학교 학생들은 난타 공연을 선보였다.
1886년 조선에 온 헐버트 박사는 최초의 관립 영어학교인 육영공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한국의 역사와 문화, 언어를 연구하며 다수의 단행본과 논문, 기고문을 남겼다.
일제의 국권 침탈이 본격화되자 한국의 현실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도 앞장섰다. 1905년 을사늑약 체결을 앞두고 고종의 특사로 미국에 파견돼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하려 했으며, 이후에도 일제의 한국 침략과 식민지배의 부당성을 국제사회에 알렸다.
해방 이후인 1949년 다시 한국을 찾은 헐버트 박사는 입국 일주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생전 “웨스트민스터 사원보다 한국 땅에 묻히기를 원한다”는 뜻을 밝혔던 그는 서울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에 안장됐다.
정부는 한국의 독립과 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기려 1950년 건국훈장 독립장, 2014년 금관문화훈장을 각각 추서했다.





